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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미추홀 작품에 대해

서문 쓰게 된 동기 집 가까이에 있는 문학산 둘레길을 걸으며 인천의 어제와 오늘을 생각해 보곤 했다. 개항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으나 물밀듯이 밀려오는 새로운 문명과 문화에 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다시 깨어나기 시작했고 복잡한 국제관계와 맞물려 외세의 격랑에 침몰하기도 했으나 이 과정에서도 민족혼을 일깨우는 지성의 목소리는 살아있었고 이러한 목소리가 문학의 꽃으로 피어나면서 국민을 계도하기도 했다. 그 현장이 바로 인천이었다. 어느 날 인천의 옛 이름인 미추홀을 떠올리며 처음 보는 오솔길을 따라 문학산 둘레길을 오르다가 문득 누군가 이 길을 처음 낸 사람은 한 사람이지만 처음 걷는 사람은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눈에 들어오는 송도신도시와 인천대교로 이어지는 영종도 국..

소설 2023.12.18

연안문학회 출판기념회 및 송년회를 끝내고

연안문학회 출판기념회 및 송년회를 끝내고 9일(토) 행사를 끝내고 10일 강희근 교수님과 송도에서 연안문학회와 인천, 한국문학과 한국문단에 관해 열띤 이야기를 충분히 나눈 후 김포공항에서 3:20 발 비행기에 탑승하시는 모습을 확인하고 돌아와 그대로 넉다운이 되고 말았습니다. 감기몸살로 며칠동안 이처럼 퍼질러지기는 몇 년 만에 처음이네요. '나는 물처럼 쏟아졌으며... 마음도 촛밀처럼 녹았나이다'(I am poured out like water... my heart is like melted wax.) 새삼 3000년 전의 시인 다윗(David)이 쓴 시가 가슴에 와 닿네요. 얼마나 지치고 곤핍했으면 이런 표현을 썼을까요? 3000년 전의 시인이 쓴 글이라는 사실이 경이롭기만 합니다. 우리 연안문학회 회..

첫눈이 내리는 날에

첫눈이 내리는 날에 김의중 가랑잎 바스락거림이 잠잠해지고 깊은 사색의 무거운 침묵이 머무는 거리에 첫사랑처럼 설레는 첫눈이 내린다 가로등 아래로 나풀거리며 내리는 눈꽃송이 반가움으로 내미는 손끝에서조차 눈물로 스러지는 순결한 영혼 하얗게 표백된 마음으로 오늘은 서로의 허물을 감싸며 용서하자 아니, 부끄러운 손 먼저 내밀고 용서를 구하자 바라는 소원만큼 많은 양이 아니어도 첫눈이 있기에 겨울은 아름답고 세상은 살아갈 만큼 훈훈하다 머지않아 매정한 바람이 불고 얼음도 얼리라 벗은 몸으로 겨울을 나는 가로수 곁에 서서 첫눈을 맞는 내 가슴은 얼마나 따뜻한가 시집 99쪽

작가의 시 2023.12.01

진주를 다녀와서

진주를 다녀와서 2일(목) 강화도 문학세미나를 시작으로 3일(금) 속초를 거쳐 이튿날(토) 강릉 김동명문학관 방문과 엄창섭 교수님과의 대담, 영월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5일(일) 김삿갓문학관 방문과 묘소 참배, 그리고 진주에서 강희근 시인을 만나고 6일(월) 인천으로 돌아온 여정은 한국문학의 새 지평을 열고자 하는 노령의 후문학파인 제가 비장하면서도 경건한 마음으로 출발한 순례의 길이었습니다. 김동명문학관에서는 시에 대한 동경을 품게 된 제 문학의 뿌리와 김동명 시인의 장녀인 월하누님과의 인연을 더듬어 보고 엄창섭 교수님의 주선으로 심상순 하슬라문학회 회장님과 김동명선양회의 정계원 시인과의 만남에서 한국문단의 현실과 ‘한국문학 순례의 길’ 조성에 관한 이야기, 김삿갓문학관에서는 삿갓 어르신의 묘소부터 들러..

연안문학회 초대 회장 취임사

연안문학회 초대 회장에 취임하면서...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분들과 비록 참석하지는 못했어도 마음으로 성원해 주시며 저를 회장으로 추대해 주신 회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참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 한마음문인협회가 두 조각이 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 책임이 남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있다는 자책감에 어느 쪽에도 서지 않고 오직 글 쓰는 일에만 전념하자고 다짐하며 물러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수차례에 걸친 몇몇 분들의 강력한 요청에 뜻을 접고 연안문학회를 바로 세우는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로 했습니다. 이제 여러분이 저를 회장으로 뽑아주셨습니다만 저는 제가 잘났거나 무슨 공이 있어서 회장으로 추대된 것이 아니라 연안문학회가 좋은 분위기에서 서로 아끼고 존중하며 문학이 ..

카테고리 없음 2023.01.31

2022년 세모에

제야의 종소리 Ring out, wild bells, to the wild sky, The flying cloud, the frosty light: The year is dying in the night; Ring out, wild bells, and let him die. Ring out the old, ring in the new, Ring, happy bells, across the snow: The year is going, let him go; Ring out the false, ring in the true. 종소리 힘차게 울려라, 저 거친 하늘에 흩날리는 구름을, 싸늘한 빛을 울려 보내라 한 해가 이 밤에 사라진다 종소리 힘차게 울려라, 한 해를 저물게 하라 옛것을 울려 보내고 새것을 맞이하..

카테고리 없음 2022.12.31

자신의 죽음을 노래한 두 편의 시

드라마 작가 최연지 선생님이 유튜브에 올리신 '천 개의 바람'이라는 시를 박영옥 선생님이 한마음문협 카톡에 소개해 주셨는데 회원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저도 처음 읽은 시였는데 중학생 때 영어시간에 배운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시풍과 너무 유사해 새삼 제가 편역해 보관하고 있는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내가 죽거든 사랑하는 이여'와 비교해 보려고 서가에서 세계의 명시에 관한 책들을 뒤적이다가 장영희(1952~2009) 교수가 번역한 이 시를 찾아냈습니다. 최연지 작가님은 '천 개의 바람'을 작가미상으로 소개하셨는데 미국에서 공부하신 장 교수님은 '인디언의 전설이라는 속설도 있으나 메리 프라이가 1934년에 발표한 것'이라고 명확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박영옥 선생님은 가끔 카톡방에 신선하고 예리한 작품을..

귀향과 귀성, 그리고 망향

추석을 앞두고 우려했던 태풍 ‘힌남노’가 엄청난 폭우로 인명피해를 포함해 적지 않은 피해를 주고 동해로 물러나며 소멸했습니다. 이제 며칠 후면 추석인데 수해를 입은 분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할 것입니다. 월드컵이 열리던 2002년에 홍콩에서 체재하고 있을 때 추석을 앞두고 한반도를 덮친 태풍 루사의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썼던 글이 떠올라 카페에 올립니다. 당시 추석은 9월 18일, 루사의 한반도 상륙은 8월 31일이었습니다. 격세지감이 들기도 하면서 이번 태풍 힌남노로 수해를 입은 분들이 아픔을 이기고 다시 일상을 회복하시기를 충심으로 빕니다. 귀향(歸鄕)과 귀성(歸省), 그리고 망향(望鄕) ◇이번 추석에 남한의 4,700만 인구 중 3,800만 명이 고향을 찾거나 친인척을 찾아 나들이할 것이라고..

카테고리 없음 2022.09.07

가슴에 담아본 두 편의 시

가슴에 담아본 시 두 편 지난 금요일 지연경 시인과 함께 노두식 시인을 만나 저녁 식사를 들며 정담을 나누었습니다. 노 시인의 열 번째 시집 ‘떠다니는 말’을 받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제가 마종기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데 두 분의 시 세계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개인적인 견해입니다만 두 분 다 사물에 대한 지적 인식이 높은 언어로 시를 쓰시지만 노두식 시인의 시에서는 지적 고뇌가 더 짙게 느껴졌고 마종기 시인의 시에서는 감성적 호소력이 조금 더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래에 두 분의 시를 소개하며 여러분도 저와 같은 생각인지 궁금해집니다. 바람의 말 마 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