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리는 날에 김의중 가랑잎 바스락거림이 잠잠해지고 깊은 사색의 무거운 침묵이 머무는 거리에 첫사랑처럼 설레는 첫눈이 내린다 가로등 아래로 나풀거리며 내리는 눈꽃송이 반가움으로 내미는 손끝에서조차 눈물로 스러지는 순결한 영혼 하얗게 표백된 마음으로 오늘은 서로의 허물을 감싸며 용서하자 아니, 부끄러운 손 먼저 내밀고 용서를 구하자 바라는 소원만큼 많은 양이 아니어도 첫눈이 있기에 겨울은 아름답고 세상은 살아갈 만큼 훈훈하다 머지않아 매정한 바람이 불고 얼음도 얼리라 벗은 몸으로 겨울을 나는 가로수 곁에 서서 첫눈을 맞는 내 가슴은 얼마나 따뜻한가 시집 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