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의 노래>
김 의중
한 해의 삶이면 족하리라
대지에 누워서 하늘을 보며
머리도 가슴도 다 비우고
오직 초록빛 외길사랑 하나로
더 없이 자유로운 영혼이여
나무의 무성함도 부럽지 않고
꽃의 화려함도 시샘하지 않는다
갈대인들 어떠하며
잡초라 한들 어떠랴
산과 들 가리지 않고
옥토 박토 탓하지 않으며
냇가 혹은 길가 뿌리내리는 곳에
생명의 고향을 심어간다
별빛에 속삭이는 삶의 이야기
봄 아지랑이 속에 태어나
비바람 거친 날과 뜨거운 햇살 다 견디고
찾아오던 벌 나비들 제 갈 곳으로 다 떠나면
목숨으로 지켜낸 초록빛 하늘에 내어주고
눈 덮인 대지에 낡은 뿌리 돌려주며
애틋한 사연 세월에 담아 내일로 보낸다
아, 한 곡의 노래로 부르면 넉넉할
풀잎의 생애
더 무엇이 아쉬우랴
한 해의 삶이면 족하리라
한 곡의 노래라면 넉넉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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