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눈>
김 의중
봄빛이 잠시 구름사이에 머물더니
때 아닌 눈이 내린다.
겨우내 씻어내지 못한 먼지를 떨어내며
마지막 너그러움으로
남은 허물을 하얗게 덮어준다.
봄이라 해서 다 좋으랴
둘러보면 어디에나 흙빛으로 삭아진 삶의 잔해들
그래도 생명은 정화된 영혼으로 태어나고
들꽃의 향기가 되고 새들의 노래가 되어
마른하늘을 가득 채운다.
봄눈은 겨울의 첫눈을 기억한다.
그 설레임이 떨리는 가슴에 오는 평화였기에
머뭇거리는 겨울을 눈물로 배웅하며
무거운 침묵으로 기도한다.
다시 오는 날에는 아름답고 순결한 눈꽃으로 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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