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시

<봄눈>

필그림(pilgrim) 2011. 3. 25. 10:47

 

<봄눈>


김 의중

 

봄빛이 잠시 구름사이에 머물더니

때 아닌 눈이 내린다.

겨우내 씻어내지 못한 먼지를 떨어내며

마지막 너그러움으로

남은 허물을 하얗게 덮어준다.

 

봄이라 해서 다 좋으랴

둘러보면 어디에나 흙빛으로 삭아진 삶의 잔해들

그래도 생명은 정화된 영혼으로 태어나고

들꽃의 향기가 되고 새들의 노래가 되어

마른하늘을 가득 채운다.

 

봄눈은 겨울의 첫눈을 기억한다.

그 설레임이 떨리는 가슴에 오는 평화였기에

머뭇거리는 겨울을 눈물로 배웅하며

무거운 침묵으로 기도한다.

다시 오는 날에는 아름답고 순결한 눈꽃으로 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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