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포구의 봄>
김 의중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가 지나더니
오늘따라 소래포구 갈매기의 날갯짓이 가볍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직도 차가운 바람결에 나부끼는 햇살사이로
언뜻 봄의 미소를 본 듯도 하다
바다로 이어진 좁은 물길로
소래포구는 용케도 질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망가진 어제의 흔적이
오늘의 소중한 낭만이 되기도 하는 곳
버려진 수인선 옛 철길이 가슴을 아련하게 하고
장도포대 한가로운 댕구산엔 겨우내 추위에 떨던
오동나무 대추나무, 산뽕나무와 다래나무가
그늘진 한 시절의 이야기를 나긋하게 속삭여준다
짜디 짠 삶의 언어들이 비릿하게 널린 어시장
차도 사람도 갈매기도 저마다 바쁘기만 한데
해안산책로를 따라 느린 시간으로 걷는 노부부와
나풀거리며 따라가는 어린 소녀
모처럼 만의 외출에 속박의 끈이 풀린 강아지는
여기가 낙원이요 제세상이다
염전과 습지가 해양생태공원으로 되살아나고
우람하게 들어선 아파트단지들과 고층빌딩들
죽은 자가 누웠던 어느 자리에
산자들은 층층이 허공에 발 뻗고 눕고
되풀이되는 밀물과 썰물에 목숨을 건 생명들이
어제를 깔고 앉아 오늘을 살아간다
봄은 겨울을 밀어내지 않는다.
천천히, 부드럽고 따스하게 품어 안고 녹여낸다
아직은 잠든 대지를 깨우기엔 햇살이 여린데
물 빠진 갯벌의 어시장 쪽으로
가지런히 뭍에 올라와 있는 고기잡이배들
때가 되면 다시 바다로 가야 할
내일을 기다리는 소래포구에서
언뜻 봄의 미소를 본 듯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