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공원에서>
김 의중
세월이 거두어가고 남은 시간을
문학산장미공원에 풀어놓고 앉았다
제철을 맞은 꽃들이
저마다 시간을 아끼듯 활짝 피어있다
메이딜란드, 토코나츠, 골드리프...
낯선 이름들로 머리는 어지러워도
너무나 화려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에
가슴은 마냥 젊어진다
내면의 원초적 욕망으로
영혼을 유혹하는 섬세한 꽃술에
코끝을 대어본다
아득한 우주의 신비가 스민 향기
너는 어느 별에서 날아와
사랑의 꽃이 되었고
나는 또 어떤 입자들의 사연으로
고독을 알아버린 내가 되었나
떨어진 꽃잎하나를 주워들었다
어쩌다 인연의 고리를 놓아버렸을까
떨어져야할 시기를
너무 빨리 알아챈 꽃잎
우리가 바람결에 티끌로 사라져도
우주 안에서 여전히 자연의 일부이려니
집었던 꽃잎을 놓아주며
잠시 깊고 먼 하늘을 쳐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