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문학회 출판기념회 및 송년회를 끝내고
9일(토) 행사를 끝내고 10일 강희근 교수님과 송도에서 연안문학회와 인천, 한국문학과 한국문단에 관해 열띤 이야기를 충분히 나눈 후 김포공항에서 3:20 발 비행기에 탑승하시는 모습을 확인하고 돌아와 그대로 넉다운이 되고 말았습니다. 감기몸살로 며칠동안 이처럼 퍼질러지기는 몇 년 만에 처음이네요.
'나는 물처럼 쏟아졌으며... 마음도 촛밀처럼 녹았나이다'(I am poured out like water... my heart is like melted wax.) 새삼 3000년 전의 시인 다윗(David)이 쓴 시가 가슴에 와 닿네요. 얼마나 지치고 곤핍했으면 이런 표현을 썼을까요? 3000년 전의 시인이 쓴 글이라는 사실이 경이롭기만 합니다. 우리 연안문학회 회원들의 글도 3000년 후에 누군가 읽으며 감탄하는 글이 되도록 여러분 모두 진심(眞心)과 전심(全心)을 담아내는 글을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준비를 잘해서 치른 행사라 해도 뒤돌아보면 아쉬운 점이나 부족했던 점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런 부족한 점을 바르게 지적하는 목소리가 살아있어야 좋은 모임이고 이것을 교훈으로 삼을 줄 알아야 발전지향적인 단체가 될 수 있습니다. 행사 시작시간을 5시로 잡을 수도 있었으나 6시로 잡은 것은 뒤늦게라도 참석하실 분들을 배려하려는 뜻이었으며 이런 결정의 최종적인 책임은 회장에게 있습니다. 저도 다음부터는 더욱 세밀하게 살펴서 가능한 한 모든 회원이 만족해 하는 행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차제에 가슴에 담아두었던 말씀도 드리겠습니다. 먼저, 9일(토)에 있었던 행사는 우리 연안문학회의 첫 출판기념회 및 첫 송년회였기에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오래 기억될 뜻깊은 행사가 되도록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번거로운 12월을 피해 11월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고 재정형편상 비싼 호텔이 아닌 카페나 식당에서 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집행부에서 제 뜻을 존중해 날짜를 12월 9일(토)로 하고 참가비는 3만원으로 부담없이 하되 비용이 얼마가 들든지, 최고의 장소, 최고의 음식이 제공되는 곳을 물색하도록 하고, 흥을 돋우며 문학과 문화의 품격이 어우러지는 멋진 행사로, 회원들께 최고의 추억을 안겨드리는 행사가 되도록 준비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제 욕심으로 인해 진행에 다소 무리가 있었던 점은 아쉬우나 집행부의 알찬 기획과 정성어린 준비로 회원들께 멋진 추억을 안겨드리는 흥겹고 정겨운 행사를 치를 수가 있었습니다. 축하 화환과 꽃다발, 먼 길에서 오시면서도 찬조로 성원해주신 별빛문학회 회장님과 임원님들, 가족행사나 다른 행사가 있었음에도 시간을 다퉈 참석하시며 재정적으로도 힘을 보태주신 명예회장님과 고문님, 여러 임원님들과 회원님들께 마음 깊이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덧붙여 이번 행사의 의미를 보다 깊이 있게 생각해 주시기를 청하고자 합니다. <연안문학> 창간호는 연간 동인지로 태어났으나 동인지에 머물지 않고 순수종합문예지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출발했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등단장사나 하는 문예지가 아니라 몇 권을 발행하더라도 제대로 된 원고료를 지급하고 작가와 독자를 존중하는 계간 문예지로 한국문학의 질을 높이는 순수문예지가 되도록 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이번 <연안문학>의 창간에 대한 제 열망을 여러분이 깊이 헤아려 주시고 공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겹경사로 이번 출판기념회는 박영옥 고문님의 <바람 없이도 흔들리는 꽃>과 강희근 교수님의 <파주기행>, 김순찬 이사님의 <괭이부리 부두에서 부르던 노래>, 그리고 제 시집 <풀과 별의 노래>까지 4권의 시집과 역사대하소설 <미추홀(1)>이 출간되어 더욱 뜻깊은 출판기념회가 되었습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이번 출판기념회만큼은 남의 집 잔치에 가서 박수나 쳐 주고 오는 행사가 아니라 내 집안에서 일어난 경사로 더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랍니다. 작품 하나를 창작하는 데도 얼마나 정갈한 이성과 맑은 마음, 따뜻한 감성이 담깁니까? 하물며 이런 것들을 차곡차곡 챙겨 책으로 내는 일이 쉬운 일이겠습니까?
저도 금년에 시집과 소설을 출간하면서 섬뜩한 생각이 들 만큼 시대의 변화에 충격을 느꼈습니다. <연안문학>의 창간사에서도 밝혔듯이 독서 인구는 해마다 줄어들고 문학과 독자를 이어주는 매개인 책의 역할은 한없이 위축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놀라운 일은 소위 글을 쓴다는 문인들이 남의 글을 읽거나 책을 사는 데는 너무나 인색하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에는 물론 글의 수준이 문제가 되는 부분이 없지 않으나 나는 남의 글을 읽지 않으면서 남이 내 글을 읽어주기를 바라는 풍토가 만연된 까닭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 저는 우리 연안문학회 회원들만큼은 글 읽는 일, 특히 회원들의 글을 빠짐없이 정성스럽게 읽는 모범을 보여주시기를 청합니다. 제가 만나뵌 분들 가운데 적지 않은 분들이 늘 책을 가까이 두고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고 계십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런 분들의 대화나 언행이 다른 분들과 차이가 나고 있음을 느끼기도 하거니와 비록 말씀이 적으신 분들도 어쩌다 나누는 평범한 대화에서조차 품격이 남다름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람 없이도 흔들리는 꽃>은 제목만으로도 달관 된 인생의 품격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고희 중반을 넘기신 박영옥 선생님의 삶의 애환과 회한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며 강희근 교수님의 <파주기행> 역시 팔순에 들어서며 맞닥뜨린 아내의 병고를 통해, 노령사회의 삶의 모습을 그만한 연륜의 언어로 조명하며 우리 사회의 노령화 시대에 걸맞은 노령시학을 제창하신 작품입니다. 김순찬 선생님의 <괭이부리 부두에서 부르던 노래>는 현대시의 새로운 장르인 디카시로 출간된 작품으로 작품에 담아낸 언어와 조화를 이루는 사진, 이를 구상화한 시인의 상상의 세계와 발품까지 곁들여져,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님을 인정하고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소설 <미추홀(1)>은 우리나라 상고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비류 왕자의 행적을 더듬어 그가 왜 바다에 대한 꿈을 갖고 인천에 왕도(王都) 미추홀을 세웠는지, 그리고(하권에) 어떻게 당시 십제로 출발한 온조로 하여금 백제로 발돋움하게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육지에서 바다로 넓어진 세상이 지금은 하늘(우주)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의 오늘과 인천의 위상을 생각하며 쓴 것입니다. 내년에는 하권이 멋지게 탈고되도록 하겠습니다.
다소 장황한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연안문학회만큼은 문학의 이상을 구현하는 일에 충실하고 한국문단의 발전을 이루는 일에 성심을 다하며 우리 시대와 사회에 필요한 지성의 목소리를 내는데 최선을 다하도록 여러분 모두 힘을 합해 매진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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