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명상록 <딸에게 주는 아침의 명상> 085

필그림(pilgrim) 2007. 10. 26. 00:06

<딸에게 주는 아침의 명상
          -085-


山肴不受世間灌漑 野禽不受世間豢養 其味皆香而且冽

(산효 부수세간관개하며 야금 부수세간환양하되 기미개향이차례하나니)

吾人能不爲世法所點染 其臭味不逈然別乎

(오인 능불위세법소점염하면 기취미불형연별호)
-채근담-


* 해설

산에 나는 나물은 가꾸지 않아도 절로 자라고 들에 사는 새는 기르지 않아도 절로 살건만 그 맛이 다 향기롭고 또 맑다.  우리도 능히 세상의 법 때문에 물들지 않으면 그 맛이 높고 멀어 각별하지 않으랴.


* 생각해보기

자연의 순수함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문명의 편리함 속에 안주하여 살다보면 생활이 진솔해지지 않고 겉치례나 체면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  정장을 하고, 화장을 하고, 격식에 맞는 말을 하고, 정중하게 예절을 갖춘 행동을 하여도 성정은 각박하고 인심은 메마르기 쉽다. 

그러나 자연을 벗 삼아 사는 사람들은 질박하지만 순수하고 정감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법률이나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해도 상식이 통하는 생활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삶! 

아무리 문명의 시계바늘에 따라 분주하게 살아야 할 생활이라 하더라도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가까이 하면서 배우는 생활을 게을리 하지 마라.  보다 값진 인생은 자연을 통해 진리를 성찰하며 그 아름다움을 가슴에 품는 생활이다. 

‘꽃들은 아름다움을 시샘하지 않으며 흐르는 물은 먼저 가기를 다투지 않는다.’


* 덧붙이기

가을이 물들인 계절의 깊이만큼 사색(思索)의 깊이를 더해가는 주말이다.  가까운 교외나 산을 찾아 자연이 펼치는 계절의 변화를 살피며 옷깃을 파고드는 청량한 바람과 바스락거리는 낙엽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들 눈망울을 물들이는 고운 빛깔의 그리움을 가슴가득 담아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