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애옥 시인의 시집 ‘봄 밭에 서면’엔 우리 세대가 살아온 어제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버지와 아들 못지않게 우리들의 어머니와 딸들도 가사를 돕거나 아예 가장 역할을 하면서 억척스럽게 어려운 시기를 살아왔다. 그것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 수도 있으나 이것이 시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누구나 꽃을 보거나 밤하늘의 별을 보지만 시인의 눈으로 보면 반짝이는 교훈이 되고 가슴 뭉클한 감동이 되며 재치 있는 표현에 고개를 끄덕이는 재미가 되기도 한다. 전애옥 시인은 그런 어제의 사연들을 오늘의 관점에서 격하거나 화려하지 않게 풀꽃처럼 애틋하면서도 순수한 여인의 언어로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다.
우리는 모두 어제의 흔적 속에서 오늘을 살아간다. 우리는 시인을 통해 시를 만나지만 시를 통해 시인을 알게 되기도 한다. ‘가을볕 단단히 붙들라고/ 누군가 속삭이는’ 오늘을 살아가며 ‘봄 밭에 서서’ 어제의 흔적을 곱게 다듬는 시인을 만나보고 싶다. / 시인 김의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