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
김 의중
풀잎하나 사랑하기 위해
너무 먼 길을 돌아왔다
길 위에 뿌려진 세월은 삭았고
걸친 옷도 낡았다
늦은 밤마다 별빛에 가슴이 찔린 탓일까
상한 심장은 고달파도
아픈만큼 맑아진 마음
그래도 차마 놓지 못한 목마른 꿈 하나
늙은 잎새 지친 손짓으로
끝없이 너를 불러도
보일 듯 말 듯
안개 같은 그림자
풀잎에 이는 바람
성숙한 여인처럼 부드럽고
격렬하며
쌀쌀하거나 단호하게 매몰차도
그래, 풀잎처럼 숙이고 비우며 가자
어둠이 깊어지면 다가올 아침
떨리는 숨결조차 더욱 정갈해질
이슬 같은 내 영혼
'작가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령포에 뜨는 달> (0) | 2009.07.15 |
---|---|
<솔밭공원에서> (0) | 2009.07.06 |
<여의도의 저녁노을> (0) | 2008.11.23 |
작가의 시 <그냥> (0) | 2007.11.18 |
작가의 시 <가을단상(斷想)> (0) | 2007.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