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시

<순례자>

필그림(pilgrim) 2008. 11. 29. 00:07

   <순례자>


    김 의중

 

    풀잎하나 사랑하기 위해

    너무 먼 길을 돌아왔다

    길 위에 뿌려진 세월은 삭았고

    걸친 옷도 낡았다

 

    늦은 밤마다 별빛에 가슴이 찔린 탓일까

    상한 심장은 고달파도

    아픈만큼 맑아진 마음

    그래도 차마 놓지 못한 목마른 꿈 하나

 

    늙은 잎새 지친 손짓으로

    끝없이 너를 불러도

    보일 듯 말 듯

    안개 같은 그림자

 

    풀잎에 이는 바람

    성숙한 여인처럼 부드럽고

    격렬하며

    쌀쌀하거나 단호하게 매몰차도

 

    그래, 풀잎처럼 숙이고 비우며 가자

    어둠이 깊어지면 다가올 아침

    떨리는 숨결조차 더욱 정갈해질

    이슬 같은 내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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