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저녁노을>
김 의중
지는 해가 제 심장을 녹여내어
빈 하늘을 채우고 있다.
강물은 말없이 붉게 물든 하늘을 담아 흐르고
밤섬과 선유도를 날아오르는 철새들은
타는 노을 속에서
떠나야할 시간과 거리를 어림해본다.
빌딩의 숲 사이에 그늘진 나무들은
살아온 만큼 아름답고
강 둔치에서 종종거리는 비둘기들은
살아가야할 만큼 서로가 그립다.
흐르는 강물은 6백년 세월을 서쪽으로 밀어내고
시간을 산 유람선은 동쪽을 거슬러 떠다닌다.
누구는 종이위에 노을을 담고
어떤 이들은 강바람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는 경건한 구도자가 되어
생각하는 것들을 가슴에 아로새긴다.
저만치, 겉보기에 조용한 국회의사당
그 안에선 언제나 시끄러운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늘 보던 모습으로
이맘때쯤 낯익은 별들이 찾아오고
노을은 함께 가자고 내 손을 잡아끈다.
세월의 무게가 버거운 나는
아쉬운 미련에 느린 걸음으로
오늘도 그림자만 먼저 보낸다.
한강이 낳고 서울이 길러낸 여의도
황혼에 물든 네 모습이 이토록 황홀한데
이 저녁노을이 지면
거리의 어둠 또한 아름답지 않으랴
작별을 고하는 노을은 나에게
‘사람이 아름다워야 도시가 아름답다’고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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