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세계의 명시 <나는 당나귀가 좋아>

필그림(pilgrim) 2007. 6. 12. 00:17
 

<나는 당나귀가 좋아>


프랑시스 잠 (프랑스 1868~1938)


물푸레나무 긴 울타리 곁을 걸어가는

순한 당나귀가 나는 좋다.


꿀벌에 마음이 끌려서는

귀를 쫑긋거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태워주기도 하고

혹은 호밀 가득한 부대를 실어 나른다.


우물가에 다달아서는

어정거리는 걸음걸이


예쁜 소녀는 당나귀를 바보인줄 알지만

누가 뭐래도 당나귀는 시인이란다.


늘 생각에 젖어서

그 눈은 부드러워


마음씨고운 소녀야

네게는 당나귀만큼 착함이 없다.


당나귀는 하느님 앞에 있는 걸

푸른 하늘처럼 착한 당나귀

피곤하여 애처로운 모습으로
당나귀는 외양간에서 쉬고 있다.

그 가련한 작은 다리는
지나치게 지쳐있다
 

아침부터 밤까지

할 일을 다 했으니까.


그래, 나의 소녀야, 너는 무얼 했니?

너는 참, 바느질을 했지


그러나 당나귀는 다쳤단다.

쇠파리한테 찔렸단다.

측은한 생각이 들도록

당나귀는 너무 많은 일을 한다.


예쁜 아이야, 너는 무얼 먹었지?

너는 앵두를 먹었지


당나귀는 호밀도 얻어먹지 못했단다.

주인이 너무 가난하기 때문이란다.


당나귀는 고삐 줄을 오물거리다

그늘에 가서 잠들어버렸다.


네 마음의 줄엔

당나귀의 고삐 줄만큼 단맛이 없다.


그는 물푸레나무 긴 울타리 곁을 걸어가는

착하고 순한 당나귀란다.


내 마음은 괴롭다.

이런 말을 너는 좋아할 테지


말해주렴, 나의 사랑하는 아이야

너는 울고 있는가? 웃고 있는가?


나이 많은 당나귀에게 가서

이렇게 전해다오.


내 마음도 당나귀 같이

아침 한길을 간다고.


당나귀에게 물어보렴, 나의 사랑아

너는 울고 있는가? 웃고 있는가?


나는 당나귀가 대답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당나귀는 어두운 그늘 속을


착한 마음으로 가득차서

꽃피는 길을 걸어가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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