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세계의 명시 <옛 샘>

필그림(pilgrim) 2007. 6. 3. 09:35

<옛 샘>


한스 카롯사 (독일 1878~1956)


등불을 끄고 자거라!  줄곧 깨어있어

언제까지나 울리는 것은 오직 옛 샘의 물소리

하지만 내 지붕아래 손님으로 온 사람은

누구나 이 소리에 익숙해진다.


네가 꿈속에 깊이 잠겨있을 무렵, 어쩌면

집 근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릴지도 모른다.

거친 발걸음소리에 샘가의 자갈돌소리가 나며

기분 좋은 물소리는 이내 그친다.


너는 눈을 떠도 놀라지 마라!

모든 별들이 땅위에 쏟아져 내리는데

나그네 한 사람이 대리석 샘가로 다가서서

손바닥으로 솟는 물을 뜨고 있다.


그 사람은 떠나고 다시 물줄기소리가 들린다.

아 기뻐라! 여기에 너는 홀로 외롭지 아니하리니

아득한 별빛 속에 수많은 나그네가 길을 가고

또 다시 너를 찾아오는 다른 사람이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