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
프레드릭 쉴러
인생의 봄에 벌써
나는 방랑의 길에 올랐다.
청춘의 아름다운 춤들일랑
아버지의 집에 남겨둔 채로
유산과 소유의 모든 것을
즐겁게 던져버렸다.
가벼운 순례자의 지팡이를 들고
어린이의 생각으로 길을 떠났다.
길은 열려있다. 방랑하라
언제나 상승을 추구하라는
거대한 희망이 나를 휘몰고
어두운 믿음의 말이 들렸기에
황금빛 대문에 이를 때까지
그 문 속으로 들어가라고
그곳에선 현세적인 것이
거룩하고도 무상하지 않으리.
저녁이 되고 또 아침이 와도
나는 한 번도 멈춘 일이 없다.
그러나 내가 찾고 원하던 것은
나타난 일이 도무지 없다.
산들이 행로를 가로막았고
강들이 발걸음을 얽매었으나
협곡위에는 작은 길을 내고
거친 물살위엔 다리를 놓았다.
그리하여 동쪽으로 흘러가는
어떤 강기슭으로 나는 왔다.
강의 길을 즐거이 믿으면서
나는 강의 품속에 몸을 맡겼다.
그 강의 유희하는 물결은
나를 큰 바다로 이끌어갔다.
내 앞에 드넓은 허공만 있고
목적지에 가까이 가지 못했다.
어떤 길도 그곳으론 가지를 않고
나의 머리 위의 저 하늘도
땅과는 한 번도 닿지 않는다.
그리고 그곳은 결코 이곳일 수 없다.
'세계의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의 명시 <가을(秋興) 1> (2) | 2007.09.04 |
---|---|
세계의 명시 <국화(菊花)> (0) | 2007.07.18 |
세계의 명시 <가을의 시> (0) | 2007.06.20 |
세계의 명시 <동경(憧憬) (0) | 2007.06.20 |
세계의 명시 <가을날> (0) | 2007.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