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는 꾀꼬리>
학마을
남쪽에서 전선(前線)이 찾아들면
밤나무동산 검푸른 빗물이 초록을 앞가린다.
서편하늘에 먹장구름이 찾아오면
뒷동산 참 숲은 나무 비를 머금는다.
날 그치고 햇살이 들면
약속 같은 무지개 등 뒤에서 뜰 테고,
표표한 이슬인 듯, 농염한 안개인 듯
낙수 지는 밀림 위에 황혼마저 고울 테지,
어제도 비, 오늘도 비,
오늘은 오늘, 내일은 내일,
막상 젖는 건 천지간에 하나가 아닌 듯,
꾀꼬리 비에 젖을 때 난 우수(憂愁)에 젖는다.
흔들리지 않는 약속은 나중의 약속
당장 내 가슴이 찬 울음을 앞세울 때,
밤나무동산 나뭇가지 비에 젖는 꾀꼬리,
고개 숙인 꾀꼬리는 노란색 제 울음을
억세게도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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