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

파초

필그림(pilgrim) 2010. 2. 7. 00:10

<파초>


김 동명 (1900~1968)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

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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