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명상록 <딸에게 주는 아침의 명상> 016

필그림(pilgrim) 2007. 6. 22. 00:12

 

<딸에게 주는 아침의 명상>

                   -016- 

 

 

水不波則自定  鑑不翳則自明
(수불파즉자정하며 감불예즉자명하나니)

故心無可淸 去其混之者而淸自現

(고로 심무가청이라 거기혼지자이청자현하며)

樂不必尋 去其苦之者而樂自存

(낙불필심이라 거기고지자이락자존이니라)
-채근담-


* 해설

물은 물결이 아니면 절로 고요하고 거울은 흐린 것이 가리지 않으면 스스로 밝다.  마음도 이와 같으니 그 흐린 것을 버리면 맑음이 저절로 나타날 것이요 즐거움도 구태여 찾을 필요가 없으니 그 괴로움을 버리면 즐거움이 절로 있으리라.


* 주(註)

(1) '예'자가 한글97에는 나오는데 여기에 옮기려니 나오지를 않는구나.  한자 사전에서 '흐릴 예, 또는 가릴 예'를 찾아보기 바란다.

(2) 마지막 연의 끝 구절 자존은 번역본 원문에 者存으로 나왔는데 잘못 인쇄된 듯하여 自存으로 옮겼다.  문맥의 흐름으로 보아 自存이 맞을 것이다. 


* 생각해보기

번역물을 읽을 때 종종 느끼는 일이지만 문자나 문장의 오류(誤謬)를 발견하면 원전(原典)을 참고해 보고 싶은 마음을 누르기 어렵다.  굳이 오류가 있지 않아도 내용이 좋은 글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채근담의 원전은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명(明)나라 홍 자성(洪 自誠)이 쓴 것과 청(淸)나라 홍 응명(洪 應明)의 이름으로 된 것이 있다.  후자의 경우 전자의 필사본으로 증보(增補)된 것인데 둘 다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있다.

전자인 홍 자성 본(本)은 지금 아빠가 읽고 있는 조 지훈(趙 芝薰) 시인의 번역본이며 후자는 만해(萬海) 한 용운(韓 龍雲) 님의 번역본이다. 

홍 자성 본은 전집(前集) 225편, 후집(後集) 134편으로 모두 359편이 수록되어 있으나 홍 응명 본은 여기에 제가(諸家)의 청언(淸言-마음을 맑게 하는 잠언이나 경구)을 증보하면서 다섯 종목으로 분류해 다시 편집했으며 이 과정에서 더러 원본의 글을 삭제하기도 하였으므로 보정(補整)판인 셈이다. 

원류는 홍 자성 본이나 홍 응명 본도 원본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일설(一說)에는 두 사람이 동일인이며 다만 홍 응명 본은 원본의 출현 이래 170년이나 지난 후 불가(佛家)의 내림(來琳)이라는 인물이 편집하면서 홍 자성의 이름을 홍 응명으로 기술한 것이라고도 한다.  실제로 중국 인명대사전에는 '홍 응명(洪 應明) : 자는 자성(自誠) 호는 환초도인(環初道人)'이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참고로 채근담이란 어원은 송대(宋代)의 왕 신민(汪 信民)이 '사람이 항상 채근(菜根)을 씹어 먹을 수 있으면 곧 백사(百事)를 가히 이루리라'한 말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사람이 일상 초근목피와 같은 조식(粗食)을 달게 여겨 그 담담한 맛에서 참 맛을 느끼고 모든 일을 근검절약하여 참고 견디면 어떠한 어려운 일이라도 안 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어쨌거나 원전을 구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기회가 된다면 한 용운 님의 번역본도 서울의 고서적 서가에서 찾을 수 있으면 좋겠고....

좋은 하루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