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마을입니다.>
강건하시기를 간절히 기원 드립니다.
먼저 아차! 하는 아까운 심정을 토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잘하면 멋진 글벗 한사람 얻을 수 있겠다." 란 바램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도 감추지 않겠습니다.
다분히 근대식인 제 문장스타일보다 훨씬 더 현대식인 문체와 아예 문자에 앞서 전면을 빈틈없이 채우는 겸손하심이 혹시나! 하던 조심스러움마저 간단없이 누르고 말았나 봅니다. 그럴지언정 전 무조건 아깝게 됐습니다.
엄중한 의무감 이외의 통속, 통상적인 인간관계 일랑 모두 접어두고자 한 작심의 각오를 겨우 한편쯤 큰맘먹고 열어놨더니만, 그것도 무슨 복이라고 이처럼 허망하게 거둬가고 맙니다.
지난번에 보내드렸던 한아름 짜리 바구니에 다시 담아서 돌려주십시오, 감히 벗님 호칭과 함께 우정이란 언사도 다 회수합니다. 오롯했던 두근거림, 심상의 기대감도 다시 닫아야 하겠습니다. 열지 않음만 같지 못함이 작금의 솔직한 소감입니다. 따라서 용서도 구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막역한 상실감 책임의 일각은 제우스님에게도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담치(談痴)가 된 느낌입니다. 농담처럼 던진 똑똑 바보, 맹물, 철부지가 모두 진담인 사실상의 제 모습인 듯 싶습니다. 이걸 안아야할지 놔야할지도 새삼스럽습니다. 제겐 하나같이 보석이라도 말입니다.
회수에 즈음하여 당장에 벗님이란 호칭으로부터 [선배님]으로 바뀜에 대해 허락해 주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제가 [선배님]의 품격으로 급작스레 성장할 가능성도 없거니와, 그러기도 싫거니와, 수익개념으로 따져 봐도 [선배님]을 도리어 제 연배 수준으로 당겨드림이 훨씬 큰 시간성 이익이 될 것 같은 우직한 계산방식 때문입니다.
체면만 약간 양보를 하신다면 [선배님]에겐 경영학상 환산불가능에 가까운 전환이익이 되어질진 몰라도, 제겐 열 손가락으로는 다 꼽을 수 없는 손실입니다. 조금은 미치겠습니다.
맘먹고 글 한편 준비했다가 그냥 내려놓고 맙니다. 차제에 어울리지도 않는 이상한 문장이 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학마을 총총)
*추신*
애정은 되돌려주시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회수해 봐야 제겐 아무 쓸모가 없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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