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시

작가의 시 <가을의 문턱에서>

필그림(pilgrim) 2007. 6. 1. 08:17
 

<가을의 문턱에서>


김 의중

하늘의 청명함이

깊고도 높습니다.

가는 여름이 서러워

쓰르라미의 울음소리가 자지러집니다.


고개 숙인 이삭들이

가고 오는 계절을 경건하게 묵상하는데

들녘에 서 있는 허수아비는

무슨 생각으로 하루를 지냈을까요.


길가의 코스모스는

고추잠자리 쳐다보며 하늘거립니다.

시간을 살피며 살랑대는 바람결에

과일은 제 맛을 내며 익어갑니다.


누군가의 땀방울이

순박한 정성으로 녹아있는 대지엔

성숙한 영혼들이

하늘의 뜻을 헤아리고 있습니다.


한 해로 끝나는 생()

한 해가 끝이 아닌 삶

엉클어진 어떠한 인연이라도

사랑의 줄만은 놓아서는 안 됩니다.


이제 기도 하소서

가을이 성큼 다가서면

애잔한 나뭇잎의 떨림조차

그대 가슴에 그리움을 부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