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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한마음문인협회 설립취지에 대해

필그림(pilgrim) 2021. 6. 8. 02:30

인천한마음문인협회 설립취지에 대해

 

설립취지에 대한 소개를 부탁 받고 제가 나설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한사코 사양했으나 장순휘 시인님의 간곡한 권유로 결국 염치를 무릅쓰고 설립취지를 소개하는 일을 수락했습니다. 축사를 해 주실 분들이 세 분이나 계시기에 저는 시간을 아껴 인천한마음문인협회를 창설하게 된 사연을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시대 사회적 배경과 문학의 본질적인 가치관에 연계해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시대와 사회적 현상을 말씀드리는 것은 글을 쓰는 우리들이 새 밀레니엄시대에 인천이라는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인천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저도 인천시민이 된지 15년에 이르고 있습니다만 지금 인천의 역사와 관련한 글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인천에 대해서 너무나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작년부터 지연경 시인의 배려로 이곳 연의재에서 '미추홀'의 집필을 시작하면서 인천이 한반도의 세 번째 왕도로서 동북아시대를 연 최초의 해양국가 미추국의 수도였다는 사실, 그리고 미추국은 온조의 십제에 전승되어 백제가 되고 왕도인 미추홀만 남았는데 이 미추홀의 역사가 바로 대한민국의 어제이고 우리들이 살아가는 오늘이며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이 이어갈 미래라는 사실에 놀라움과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천의 역사이야기 미추홀을 쓰면서 이것이 출간되어 대박이 나면 이곳 연의재도 유명세를 탈 것이라고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인천한마음문인협회연수원 간판이 달렸으니 어줍지 않은 제 생각과는 상관없이 이곳 터가 명당자리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런 명당자리라면 아마도 대박이 한 건에 그치지 않고 줄줄이 터져 나와 흥부네 집 박 터지듯 하리라 기대해봅니다.

 

정확하게 239년의 긴 역사를 간직한 인천은 1,065.23평방킬로미터의 넓이에 168개의 섬을 거느리고 1136천여 호, 3백만 인구가 살고 있는 도시입니다. 인구로는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 넓이로는 서울과 대구, 부산을 제치고 가장 큽니다. 서울의 그늘에 가려져져 있으나 대한민국의 관문으로서 근대화의 시작도 인천에서 비롯되었고 근대문학의 온상도 인천이었습니다. 잘 아시는 대로 오늘의 대한민국은 세계 제1의 조선기술과 반도체기술을 보유한 나라요 자동차와 철강생산량 세계 5, 수출규모와 군사력이 세계 6위에 10대 해양강국으로 GDP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습니다. 정치와 문학 분야만 제외하면 음악, 미술, 공연, 체육 어느 분야에서도 세계열강의 선두에 서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나라가 이만큼 잘살게 된 배경에 인천의 피눈물 나는 역사가 자리하고 있음을 기억하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한국전쟁과정에서의 인천상륙작전만 해도 한국의 역사를 넘어 세계전쟁사의 중요 사례로 남아있습니다만 월미도의 이민사박물관을 둘러보면 인천이 해외문물을 받아들이는 역할 외에 더 넓은 세상을 개척해나가는 최초의 전진기지가 되어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열어가면서 나라의 독립을 지원하며 고국의 인재들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을 설립한 눈물겨운 사연들이 우리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감동을 안겨줍니다.

인천의 슬로건은 세계로, 미래로 입니다. 이런 도시에서 글을 쓰며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 역사적인 도시에 대해 자부심과 함께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마땅히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만큼 그에 못지않게 인천의 시민임을 자랑스러워해야 합니다. 비류왕자가 유리왕 세력의 위협을 피해 이곳에 내려와 해양강국을 꿈꾸며 미추홀을 세웠듯이 이제 우리는 문인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일 없이 문학의 본질에 충실하고자 인천한마음문인협회를 설립해 인천을 대표하는 지성의 등대를 세우려고 합니다. 다른 지역에서 세운 문인협회의 인천지회가 아니라 인천시민인 우리가 세우는, 인천이 본부인 토박이 문협입니다. 비류왕자가 꿈꾸던 동북아시아의 중심도시 인천이 실로 239년 만에, 새 밀레니엄이 시작 된지 21년 차에 인천시민의 이름으로 세계 열방을 향해 지성의 등대에 불을 밝히게 된 것이니 이 어찌 감회가 새롭지 않겠습니까?

 

이런 인천에서 우리는 문학이 지향하는 길을 세 가지 관점으로 정리해 우리 한마음문인협회가 나아갈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원론적인 요점만 간추려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문학의 순수성과 가치창조에 충실할 것입니다. 문학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순수하고 진실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한국문단의 현실을 돌아보면 창작의 질과 양을 떠나 우리가 글을 쓰는 문인으로서 얼마나 순수하고 진실하며 정의로운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시대를 깨우치고 사회정의를 외치는 작품들이 부족하지 않았음에도 일부에선 오만한 권위의식과 도덕적인 해이, 작가정신이 실종된 행태로 문학의 위상을 실추시키는가 하면 문단의  양대 산맥에 의해 문인은 어느 편에 서든지 줄서기를 하지 않으면 빛을 보지 못하는 현실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습니다. 글 쓰는 일보다 감투 쓰기에 더 열을 올리고 돈으로 계산하는 일에 아주 능숙합니다. 이러한 한국문단의 현실을 날씨에 비유한다면 분명 맑게 갠 날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런 흐린 날이 반세기 넘도록 지속되고 있으니 노벨문학상 같은 것은 꿈도 꾸기 어렵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 한국문단이 새로워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가 묘사한 대로 아프락사스를 이해하고 알에서 깨어 나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인천한마음문인협회는 이러한 문학의 순수성 회복을 위해 스스로를 성찰하며 질적 가치가 있는 창작의 세계를 얼어갈 것입니다.

둘째, 문학의 정통성과 저항정신을 존중할 것입니다. 문학은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보편적 언어로 인간이 추구하는 정신적 가치를 창출해 내는 독창적인 작업입니다. 이러한 창작은 글을 쓰는 작가의 고유한 전유물로 사물에 대한 인식의 세계와 가치관을 고스란히 드러나게 합니다. 그러나 모든 글이 다 문학적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닙니다. 지식을 다루는 학문의 틀 안에서 문학이 지향하는 가치기준에 부합하는 글, 작가정신이 배어 있는 글이어야 창작으로서의 대접을 받습니다. 우리는 이런 일에 검증을 받은 문인들입니다. 그러니 문학의 정통성에 대한 바른 인식으로 정도를 걸으며 바른 글을 쓰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바른 글은 바른 정신, 바른 마음에서 나옵니다. 그러기에 문학은 정신문화의 표상입니다. 그러니 문학사에서 흔히 발견하게 되는 불의에 대한 저항정신 역시 전혀 낯설지가 않습니다. 이것은 정치적 색깔이나 이념적인 사조와는 다른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정치나 이념은 이것일 수도 있고 저것일 수도 있는 선택의 문제이나 문학의 정통성을 지키는 불의에 대한 저항정신은 옳고 그름의 문제로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릴케는 글을 쓸 때 목숨이라도 거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자신의 글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도 있지만 그만큼 글을 쓰는 사람이 바른 정신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기도 합니다. 한마음문인협회는 문학이 진리와 정의의 토대위에 굳게 서야 한다는 이상을 존중하며 이런 정신을 꿋꿋하게 지켜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셋째, 문학의 필연성과 사회적 책임을 이해하고 더 넓은 세상, 더 나은 내일을 열어가는 문화 창달의 선두에 서겠습니다. 문학은 인간의 삶을 인간답게 하는데 필연적이고 당위적이며 절대적인 존재가치를 지닙니다. 글을 쓰는 우리는 이 시대와 사회를 살아가면서 삶과 관련한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세상은 우리가 늙어가는 것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정치나 경제, 법률과 교육, 국방과 과학, 종교와 문화가 모두 필요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빠르게 변하는 사회구조에 대응할 수 있는 건전한 가치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이것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도덕과 윤리로 새로운 가치관을 통제할 수 있을까요? 사회조직의 정신적 스승 역할을 하고 계신 교수님들이나 종교지도자들, 혹은 정치이념을 부르짖는 지도자들에게 이런 문제의 해법을 맡기고 기다려야 할까요? 저는 변화하는 사회를 움직일 힘은 바로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써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건전한 가치관이 정립될 수 있게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힘이 글을 다루는 우리 문인들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문인단체는 다른 어떤 조직보다 순수하며 정의롭고 따뜻해야 합니다.

 

인천한마음문인협회가 문학의 이념을 실현하는 방법론을 세 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렸습니다만 이를 세 글자로 표현한다면 문학의 순수성과 가치창조는 깨끗할 정(), 문학의 정통성과 저항정신은 바를 정(), 그리고 문학의 필연성과 사회적 책임은 뜻 정()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천한마음문인협회는 이 삼정운동을 기본정신으로 맑고, 바르고, 따뜻한 문협을 만들어 문학의 본질에 충실하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문화세계의 이상을 구현해갈 것입니다. 유월은 호국의 달이며 오늘은 나라를 지키며 순국한 영령들을 추모하는 현충일 입니다.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이 나라, 2천여 년 전 이곳에서 해양강국의 꿈을 안고 왕도 인천의 역사를 시작한 비류왕자를 기억하면서 새 시대를 열어갈 인천한마음문인협회를 설립하는 취지의 말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