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선생님,
그저 초라한 순례자가 어쩌다 인천문협이라는 은하를 지나면서 애잔하게 반짝이는 여린 별 하나를 발견하고 그 반짝임에 마음을 빼앗겼을 뿐입니다. 연수인문학의 김시평 선생님은 보폭이 넓으신 분이니 윤 선생님이 가세하시면 시너지효과로 서로 더 밝게 반짝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문광영 교수님은 대학에서 문학이론을 가르치셨으니 시를 배우려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분이겠지요. 곁에서 귀동냥만 해도 배울 것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엔 창작과 이론은 철저하게 다른 영역이라고 봅니다. 윤 선생님이 시평을 청하시고 문 교수께서 깊이 있는 문학이론으로 자상하게 설명하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연수인문학의 아름다운 모습에 흐뭇한 마음이 들면서도 만일 저에게 의견을 물으셨다면 저는 마음에 드실 때까지 고민하시며 백 번, 천 번 가다듬으시라고 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버리시든지 후일 다시 손보기로 하고 미루시든지...
창작은 작가(시인)의 전유물입니다. 학문적인 이론을 참작해 창조되지만 학문보다 우선하는 가치를 지니는 게 창작입니다. 비유컨대 창작이론에 철저하게 충실한 작품은 온실에서 인공재배로 수확한 과실과 같고 창작이론을 배우지 않은 작가가 쓴 작품은 자연생태계에서 그대로 수확한 과실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창작에 전념하는 분들은 자신의 내밀한 세계에 누구보다도 충실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더 배우든지 많이 읽든지, 혼자만의 고독 속에 끊임없이 침잠하든지... 그리하여 자신의 글이 자신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면 더는 남들이 자신의 글을 평하는 일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될 것입니다.
보잘 것 없는 사람이 외람되게 시건방진 말씀을 드린 것 같으나 아련히 반짝이는 별 하나에 그토록 마음 설레는 고독한 순례자이기에 제 이름을 기억해주시는 고마움에 힘내시라는 응원의 뜻으로 드린 말씀으로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천문협과 연수인문학에서 따뜻한 우의를 나누는 좋은 인연이 이어지기를 빌며 늘 강건하시고 평안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