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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글릭의 '눈풀꽃'을 읽고

필그림(pilgrim) 2020. 10. 21. 13:55

루이스 글릭의 ‘눈풀꽃’을 읽고

고 경옥 시인께서 인천문협 카페의 '좋은 글‘ 난에 올려주신 '눈풀꽃 / 루이스 글릭'에 시선이 끌려 무심코 읽어보니 놀랍게도 금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시였습니다. 새삼 글을 쓴다는 사람이 금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있었으니 세상 돌아가는 물정에 한참 무관심한 자신을 질책하면서 루이스 글릭이라는 인물과 이 시를 번역한 분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루이스 글릭(Louise E Gluck) 1943년 생. 미국의 시인이며 수필가로 예일대 영문학과 교수. 1968년 시집 ‘맏이(Firstborn)'를 필두로 2014년 12번 째의 시집 '독실하고 고결한 밤(Faithful and Virtuous Night)'을 출간했고 전미 비평가상(1985)을 비롯해 퓰리처상, 전미 도서상(2014)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수상경력이 있으며 스웨덴의 한림원에서 그녀의 시 세계가 '간결하고 아름다운 명확한 시적 언어로 개인적인 실체를 보편적인 것으로 만든다. ...her unmistakable poetic voice that with austere beauty makes indivisual existence universal.'는 평과 함께 금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류 시화 시인. 본명 안 재찬. 1958년 생. 충북 옥천 출신. 경희대 국문학과 재학 중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아침'으로 등단. 졸업 후 ‘시운동'으로 활동하다가 중단한 이후 류시화라는 필명으로 미국, 인도 등지의 명상센터에서 생활하면서 명상서적의 번역활동을 비롯해 여러 권의 시집과 수필집 번역서 등을 출간했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중견 시인이며 번역가로 2018년에 출간된 '시로 납치하다'에 '애도'라는 루이스 글릭의 시를 게재해 우리나라에 이 여성시인을 처음 소개한 시인이기도 하다. '눈풀꽃'은 지난 9월 출간된 '마음 챙김의 시'에 수록되어 있다.」

이런 시인들의 숨결과 작품을 접할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합니다. 유럽이 원산지인 눈풀꽃(Snowdrops)은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수선화과 알뿌리 식물의 이름으로 시인은 이 꽃의 개화과정을 자신의 삶의 경험과 매치시켜 서술하면서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의 고난과 역경을 치유와 포용으로 극복하려는 긍정적인 인식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 저는 2천 년 전의 역사를 더듬어 그 시대를 살았던 선조들의 삶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만 예나 지금이나 삶의 본질에 대한 인간의 끊임 없는 질문이 그 시대의 문명과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노벨문학상은 시대의 아픈 현상을 긍정적인 가치관으로 치유하기를 바라는 메시지가 담긴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봅니다. 강병천 선생님이 번역하신 '눈풀꽃'도 좋고 류시화 시인의 번역도 강한 울림이 느껴져서 좋습니다. 덧붙여 부족하지만 저의 번역도 함께 감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가 쓰는 시들에 담아내고 싶었던 삶의 긍정적인 정신이 루이스 글릭의 작품속에 간결하고 명확한 언어로 깊이와 무게를 더하며 담겨 있어 동갑내기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면서 그녀의 시를 번역해주신 류시화 시인과 강병찬 선생님, 그리고 우리 인천문협에 이 시를 올려주신 고경옥 시인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Snowdrops

by Louise Gluck

Do you know what I was, how I lived? You know
what despair is; then
winter should have meaning for you.

I did not expect to survive,
earth suppressing me, I didn’t expect
to waken again, to feel
in damp earth my body
able to respond again, remembering

after so long how to open again
in the cold light
of earliest spring-
afraid, yes, but among you again
crying yes risk joy

in the raw wind of the new world.‘

 

눈풀꽃

 

루이즈 글릭/ 류시화 역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었다,

대지가 나를 내리눌렀기에.

내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축축한 흙 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리라고는.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눈풀꽃

 

루이스 글릭/ 강병천 역

 

아시나요 당신.

내가 무엇을 했는지.

내가 어찌 살았는지.

 

절망이 무엇인지 당신 아세요.

아신다면 겨울은 당신에게 의미가 있을거예요.

 

나는 살아남을거라 기대하지 못했어요.

대지가 나를 짓눌렀어요.

또 다시 깨어날거라 기대하지 못했어요.

 

그토록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때 이른 초 봄 차디찬 햇살

진흙탕 속 내 몸을 다시 일으키는

기억을 느끼리라 기대하지 못했어요.

 

두려운가요 묻는다면, 그래요.

그래도 당신들과 또다시 역경의

기쁨 소리칠거예요.

 

새 세상 매서운 바람 안고.

 

 

눈풀꽃

 

루이스 글릭/ 김 의중 역

 

나의 존재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시나요?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겨울은 당신에게 의미가 있을 거예요

 

내가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어요

대지가 나를 짓눌렀기에

다시 깨어나서 맨 몸으로

축축한 흙의 느낌을 기억하고

반응하리라고는

 

그토록 긴 시간이 지난 뒤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어떻게 다시 시작할지

두려웠지요, 그래요, 하지만 당신들에게 거듭

그것은 기쁜 모험이라고 외칠 거예요

 

새로운 세상의 신선한 바람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