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달>
천 양희
가시나무 울타리에 달빛 한 채 걸려 있습니다.
마음이 또 생각 끝에 저뭅니다.
망초(芒草)꽃까지 다 피어나
들판 한쪽이 기울 것 같은 보름밤입니다.
달빛이 너무 환해서
나는 그만 어둠을 내려놓았습니다.
둥글게 살지 못한 사람들이
달보고 자꾸 절을 합니다.
바라보는 것이 바라는 만큼이나 간절합니다.
무엇엔가 찔려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달도 때로 빛이 꺾인다는 것을
한 달도 반 꺾이면 보름이듯이
꺾어지는 것은 무릎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마음을 들고 달빛아래 섰습니다.
들숨 속으로 들어온 달이
마음속에 떴습니다.
달빛이 가시나무 울타리를 넘어설 무렵
마음은 벌써 보름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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