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

마음의 달

필그림(pilgrim) 2008. 11. 12. 23:42

<마음의 달>


천 양희


가시나무 울타리에 달빛 한 채 걸려 있습니다.

마음이 또 생각 끝에 저뭅니다.

망초(芒草)꽃까지 다 피어나

들판 한쪽이 기울 것 같은 보름밤입니다.

달빛이 너무 환해서

나는 그만 어둠을 내려놓았습니다.

둥글게 살지 못한 사람들이

달보고 자꾸 절을 합니다.

바라보는 것이 바라는 만큼이나 간절합니다.

무엇엔가 찔려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달도 때로 빛이 꺾인다는 것을

한 달도 반 꺾이면 보름이듯이

꺾어지는 것은 무릎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마음을 들고 달빛아래 섰습니다.

들숨 속으로 들어온 달이

마음속에 떴습니다.

달빛이 가시나무 울타리를 넘어설 무렵

마음은 벌써 보름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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