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관한 질문과 대답
한국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관한 연안문학회 회장 인터뷰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에 관한 소감은?
- 먼저 뜻밖의 소식에 놀랐습니다. 한국 문단의 현실로는 버겁게 느껴지던 벽이 일순간에 허물어져 통쾌하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묘하게도 허전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작가 한강보다 평생을 한국문학의 발전에 공헌하면서 작품활동도 활발한 중진 문인들도 많은데 앳된(?) 젊은 작가가 상을 받게 되어 이제까지 한국 문단을 지탱하고 이끌어온 중진들의 위상이 초라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어쩌면 젊고 신선한 세대가 상을 받는 게 더 희망적이며 발전지향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쨌거나 한국문학이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으니 장하고 축하할 일입니다.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소년이 온다>를 읽어보셨는지요?
- 어느 분이 책을 구해 보내 주어 읽어봤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나 <소년이 온다>는 유쾌한 소설이 아닙니다. 인간의 본질에 속하는 악하고 추하거나 비열함이 작가의 예리한 눈에 의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들이 보기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도 있고요. 부끄럽습니다만 저는 공포영화나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 영화도 보지 못하는 사람이니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한강 작가는 어떤 면이 인정되어 노벨상을 받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개인의 수상이 국가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 제가 보기에 작가 한강의 내면은 여리고 선하며 곧게 느껴집니다. 한국문학의 뿌리를 이어받고 성장했음에도 그의 작품은 선배들의 가르침보다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기질이 있으며 진취적 사고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것이 사물을 개성적인 시각으로 묘사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작가가 지닌 의식 세계와 개성적인 언어, 그리고 한국 사회를 보는 문학적 시선이 기존의 문단 선배들의 울타리를 넘어서고 있어 이것이 스웨덴 한림원의 눈에 든 것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노벨문학상이 작가와 작품에 주어지는 개인적인 상이기는 해도 선정 과정에서 그 사회(국가)현상과 작품에 담긴 내용, 작가의 독창적 시선을 함께 저울질하며 결정되는 상이기에 다른 나라에서도 국가적인 상으로도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겠습니다.
문학상 수상의 의의, 작품의 교훈, 젊은 문학 지도자로서의 책임과 우려와 바램에 관해 말씀 해주십시오.
- 작가 한강이 조명한 4.3 사태나 5.18 사건은 한국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일이지만 이런 것들은 인류 역사를 비롯해 지금도 세계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악하고 불행한 일들입니다. 작가 한강은 이러한 사건들을 소재로 인간적인 연민과 고뇌가 담긴 자신의 언어로 그려냈습니다. 이는 글을 쓰는 작가로서 창작에 대한 정당한 권리이니 트집을 잡을 수 없는 일이겠으나 견해가 다른 이들이 공존하는 사회에서는 편향적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문학의 영역을 넘어서는 사회문제로 작가는 이 일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 따르게 됩니다. 작가가 이것을 모르고 작품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니 이 문제는 작가 스스로 감당해야 할 부분이 되겠지요. 문학, 특별히 창작이 도덕의 틀에 맞춰 이루어져야 한다는 명제는 성립되지 않으나 문학이나 창작이 도덕적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문학은 어디에 서야 하는가? 남북분단이 가져온 시대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문학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작가들이 가슴에 깊이 새기며 창작활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문학이란? 소설이란 무엇인가?
- 문학은 삶의 본질과 의미를 찾는 데서 오는 창작활동입니다. 초기 인류가 먹고사는 생존의 틀에서 사고를 통한 표현, 특별히 음악이나 그림을 만들어내고 이것을 생활의 일부로 삼은 것은 문화의 원류로 문학은 이보다 더 진화한 것입니다. 비록 음악이나 그림보다 늦게 시작되었으나 그 근원은 오히려 음악이나 미술에 앞서 삶의 본질에 관한 사고(思考)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문학은 문자 활용을 통한 지식의 주체로 인류문화창달에 공헌해 왔습니다. 시를 문학의 꽃이라고 한다면 소설은 그 꽃의 뿌리와 같은 것으로, 문자를 사용해 사실과 상상을 접목해서 삶의 질을 높이고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는 행위와 그 결과물입니다. 오늘날처럼 다변화한 사회에서 문학이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통틀어 인류의 희망이 되기를 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