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산실

문인(文人)의 각성을 촉구하며

필그림(pilgrim) 2024. 2. 22. 15:01

문인의 각성을 촉구하며

-연안문학회 회원들께-

 

깊은 성찰과 사유로, 보잘것없이 살아온 인생의 길과 뒤늦게 들어선 문학의 길에서 순례자처럼 겸허하게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지식과 깨달음을 채워가며 살아가는 필부이지만 최근 연안문학회의 모습에 실망이 큽니다.

역사를 살피며 글을 쓰다 보니 어느 시대이건 그 시대를 평가하는 기준이 지식인의 목소리임을 깨닫습니다. 문화가 융성한 기록이나 나라가 망하는 통탄스러운 상황에 대한 책임이 위정자나 백성의 몫이 아니라 그 시대와 사회에 필요한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선비정신이 어떠했는가에 달려있다는 깨달음입니다. 한마디로 어느 시대가 보잘것없다면 이는 그 시대 지식인들의 행동이 보잘것없었다는 사실을 대변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병들었습니다. 국토가 두 조각으로 나뉘고 동족상잔의 참혹한 전쟁을 치르고 나서 피땀으로 일궈낸 한강의 기적에 심취하면서 참으로 인심은 각박해지고 영악해져서 저만 옳고 제 편이 아니면 모두 적으로 돌리는 편 가르기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못난 저도 이런 물결에 휩쓸려 인천 문협이나 한마음 문협 분규 때 분통이 터져 책임자를 비난하고 비록 혼잣말이지만 회장을 욕한 일이 있는데 이것이 두고두고 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한마음 문협 회장과는 뒤늦게나마 서로의 앙금을 풀고 화해 했습니다만 지금도 그런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고 후회가 됩니다.

저는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래도 연안문학회에서 저 같은 사람을 앞세워 순수한 마음으로 문학의 이상을 추구해 가는데 이곳마저도 편 가르기로 남을 욕하고 비아냥거리며 비난하거나 나가라고 몰아세우니 가슴이 멍든 것처럼 아립니다.

회장의 최대 의무는 회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지켜주는 일입니다. 비록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성격 탓으로 거친 표현이나 중대한 과실이 있더라도 문제가 되는 발언은 문학이 지향하는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5년마다 바뀝니다. 문학의 이상을 실현하는 정신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이어지며 작가의 목소리는 창작을 통해 시대의 정신으로 남게 됩니다.

이제 회원 여러분께 간곡한 말씀을 드립니다. 사회가 아무리 혼탁해도 오직 작가정신에 충실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문인(지성인)다운 품격을 잃지 말도록 하십시오. 허 작가님은 다른 회원들을 자극하는 편향된 언어를 그것이 허용되는 분위기가 될 때까지 자제해 주시고 국회에 출마하는 공 시인은 개인의 정치적 지원요청을 자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제 심정은 연안문학회에서 공 시인이 정견 발표를 하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허 작가가 거침없는 입담으로 썩은 정치를 나무라는 소리에 박수를 보내면서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우리는 모두 단군의 후예이며 대한민국의 국민이요 선비정신을 이어받아 글을 쓰는 작가이고 이 사회를 대표하는 지성인입니다.

우리는 전쟁의 폐허 위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내고 피와 땀과 눈물로 오늘날 세계 10위의 선진한국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취에 만족해하며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주변의 국제정세를 돌아보십시오. 대륙의 끄트머리 한반도의 반쪽에 매달려 동족 북한의 위협과 미, 중 갈등의 틈바귀에서 나라의 안녕과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가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에 만족해하는 사이에 중국은 어느새 G2의 위치에 올라와 있고 일본은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 되어 있습니다. 이들 앞에서 우리가 세계 10위의 선진국이라고 자랑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우리 국민 정서에 민감한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가 29명으로 세계 전체의 7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20세기 이후를 기준으로 하면 5위이며 21세기에 들어와서는 현재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달랑 김대중 평화상 하나뿐인 점을 생각하면 질투가 아니라 넘기 어려운 두려움이 느껴집니다. 메이지 유신 때 권학문(勸學文)을 쓴 후쿠자와 유키치에 의해 일본이 깨어난 이래 이제는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세계 3위의 대국이 된 것입니다.

2천 백여 년 전, 조선(고조선)은 한과 흉노의 대립에서 한의 편을 들지 않아 망했고 천여 년 전 발해의 뒤를 이은 정안국은 송과 거란의 힘겨루기에서 송의 편을 들다가 망했습니다. 이로써 우리 민족은 끝내 조상의 터전인 광활한 대륙의 땅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제 한반도 남쪽에 달랑 남은 대한민국이 정신을 차리도록 글을 쓰는 작가(지성인)들이 제 역할을 해 주기를 두 손 모아 빌며, 연안문학회에서만이라도 포용과 화합으로 진정한 문인 정신을 구현해 나가기를 엎드려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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