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문학회 초대 회장 취임사
연안문학회 초대 회장에 취임하면서...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분들과 비록 참석하지는 못했어도 마음으로 성원해 주시며 저를 회장으로 추대해 주신 회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참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 한마음문인협회가 두 조각이 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 책임이 남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있다는 자책감에 어느 쪽에도 서지 않고 오직 글 쓰는 일에만 전념하자고 다짐하며 물러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수차례에 걸친 몇몇 분들의 강력한 요청에 뜻을 접고 연안문학회를 바로 세우는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로 했습니다. 이제 여러분이 저를 회장으로 뽑아주셨습니다만 저는 제가 잘났거나 무슨 공이 있어서 회장으로 추대된 것이 아니라 연안문학회가 좋은 분위기에서 서로 아끼고 존중하며 문학이 지향하는 이상을 실천하는 일에 보람과 긍지를 느끼는 모임이 되도록 이끌어 달라는 간곡하고도 엄중한 요청으로 받아들여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뜻을 잘 헤아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새롭고, 알차고, 신나는 가장 모범적인 문학단체가 될 수 있도록 연안문학회에 두 개의 기둥을 확실하게 세우려고 합니다. 하나는 작가정신을 확립하는 일, 그리고 다른 하나는 민주주의 정신을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우리는 모두 작가로서 이 모임의 구성원이 되었습니다. 작가는 글을 쓰는 일에 전념하는 사람입니다. 연안문학회가 그냥 문인회나 무슨 협회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문학회인 만큼, 작가의 본분인 글 쓰는 일에 충실하면서 남보다 더 학문에 관한 관심도 가져야 할 것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문학의 흐름은 어떤지, 우리가 사는 시대와 사회에 필요한 글은 어때야 하는지, 비단 인문학뿐만 아니라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살피면서 좋은 소재를 찾아내고 반짝이는 창의력과 마음이 담긴 진솔한 글을 쓰도록 하는 것입니다. 나아가서 작가로서의 마음가짐도 맑고, 바르고, 따뜻하게(정겹게) 하자는 것이 바로 작가정신을 확립하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민주주의 정신을 바로 세우려는 것은 우리가 인천문협과 한마음문협에서 경험한 일들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하자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산업혁명과 민주화운동으로 오늘날 세계 10위 안팎을 넘나드는 선진국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생활화된 서구사회와는 달리 우리는 아직 생활 속의 민주화는 만족스럽게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소위 지성인의 모임인 문인단체에서도 권위주의와 비민주적인 행태가 비일비재하고 독선과 위선이 만연해 있습니다. 저는 연안문학회만큼은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반대의견, 다른 목소리를 존중하면서 다수의 뜻에 따르도록 하고 회원 개개인의 권익을 보호하면서 화합과 협력을 도모하도록 힘쓰겠습니다.
연안문학회가 나아가야 할 길은 멀고 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그러니 쉽지 않은 일이겠으나 이 두 개의 기둥으로 연안문학회의 기틀을 바로 세우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리며 모자라는 것이 많은 사람이기에 여러분이 애정어린 마음으로 도와주시기를 청하면서 저보다 더 훌륭한 분들이 잘 이끌어가실 수 있도록 저는 다음 정기총회 때까지 딱 1년만 소임을 다하고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연안문학회가 탄생하도록 수고해 주신 분들께도 감사의 뜻을 전하며 올 한해 연안문학회가 인천을 비롯해 한국문단에 새로운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치고 저마다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안문학회 회장 김의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