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별과 인천
<꽃과 별과 인천>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들에게-
김 의중 시인/ 인천문인협회
내가 살고 있는 문학산 기슭 함박마을에는 장미공원이 있습니다.
메이딜란드, 토코나츠, 골드리프, 콜럼버스, 로즈버드...
낯선 이름들마다 각기 다른 색과 향기로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합니다.
이 장미꽃들은 저마다 조상과 고향이 다릅니다.
이들은 모두 인천을 통해 이 나라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문학산 자락에 뿌리를 내리고는 인천앞바다를 굽어보면서 부지런히 수액을 빨아들이며 광합성을 하고 자신만의 꿈을 꾸며 색과 향을 진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이들의 내일은 더 아름다워지고 더 강해지며 더 지혜로워질 것입니다.
이들은 이제 마을사람들의 사랑을 담뿍 받으며 함박마을의 꽃이 되었고 문학산의 자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내일은 이들로 인해 더 깊은 사랑과 행복과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삶이 고달프거나 무언가 그리워지는 날에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쳐다보십시오.
여러분의 고향이 북반부의 어느 나라라면, 이 나라 어느 곳에서든지 고향하늘에서 보던 반가운 별들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은하수를 중심으로 견우와 직녀의 전설을 기억해내거나 서양에서 오신 분들이라면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의 전설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상상해보십시오.
어느 날엔가는 여러분들의 이야기가 전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은 사랑하는 누군가와 이 별빛아래서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하며 행복을 꿈꾸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먼 훗날 누군가가 밤하늘의 별들을 쳐다보며 여러분들을 기억하고 그리워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모두 별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별은 스스로 빛을 내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이 만들어낸 빛으로 어둠을 밝힙니다.
인간은 누구나 지구의 빛과 같은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과학이든 예술이든 인간이 발견하거나 창조한 모든 기적들은 후손들에게 전해지는 전설이 됩니다.
인생은 짧아도 우리들이 만들어내는 전설은 반짝이는 별처럼 오래도록 빛나며 후세에 전해질 것입니다.
15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세계열강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척화비가 사라지고 상투를 잘라내게 되자 낯선 문명과 문화들이 물밀듯이 몰려왔습니다.
인천은 그 대문역할을 했습니다.
카페와 호텔과 수영장과 기차와 자동차도 모두 인천에서 처음 맞은 낯선 문물과 문화들이었습니다.
한때 고약한 이웃으로부터 억압을 받기도 했던 우리가 지금은 원하지 않았던 국토분단의 비극으로 피맺힌 한을 가슴에 품을 채 살아가고 있지만 처절한 슬픔과 고난을 이겨내고 이제 ‘고요한 아침의 나라’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매우 분주한 세계의 이웃이 되었습니다.
육로는 철책으로 막혔지만 바다와 함께 하늘 문이 크게 열린 인천을 통해 수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이 문을 통해 들어오고 나갑니다.
인천은 희망의 관문으로 가난한 나라의 낯선 사람들이 저마다의 희망을 품고 찾아오기도 합니다.
백여 년 전엔 우리도 똑같은 희망을 품고 낯선 나라에서 사탕수수밭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땀과 눈물이 가족을 위하고 나라를 도왔기에 오늘날 우리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지 대한민국의 여권을 들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가 있습니다.
다문화가정의 청소년 여러분! 꿈을 가지십시오.
문학산 장미공원의 아름다운 꽃처럼, 어느 곳에서나 어두운 밤하늘을 빛내는 아련한 별처럼, 여러분들 모두 가슴에 희망을 품고 이 나라에서 사랑과 행복을 누리며 후손들의 자랑스러운 전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 이 글은 2015년 11월 24일
인천다문화사랑회(여성가족부산하)의 요청으로 쓴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