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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rt of God'과 '따뜻한 스승 친절한 톨스토이'의 출간을 축하하며

필그림(pilgrim) 2020. 11. 18. 18:12

김 선생님, 최 시인님,

 

‘Heart of God'’‘따뜻한 스승 친절한 톨스토이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두 분의 역작으로 인천문협으로서는 국내외적으로 겹경사가 되었네요. 최 시인님의 번역도 충분히 문학의 틀 안에서 존중받아야 하나 김 선생님의 경우 우리 언어가 아닌 남의 나라말로,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에서 출간되어 이미 미국과 프랑스, 일본의 서점에 진열되었다니 그냥 남의 나라말로 된 것을 읽어내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최 시인의 경우 톨스토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계신 것을 익히 알고 있던 저로서는 끝내 귀한 역작으로 제목마저 친근하게 느껴지는 따뜻한 스승 친절한 톨스토이의 탄생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우리 인천문단에서 김 선생님이나 최 시인 같은 분들이 충분히 대접을 받으며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기를 충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혹여 두 분의 출간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기는 시선이 있더라도 외람된 말씀이지만 남의 시선에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자신의 내면의 세계에 더 충실하시기 바랍니다. 작가가 독자를 의식하지 않고 글을 쓰는 것이 꼭 좋은 태도라고 할 수는 없으나 너무 독자를 의식하면 결코 좋은 글이 나오기 어렵다고 봅니다. 모름지기 작가는 자신이 글로 표현하려는 세계에 대해 진지하고 진실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 자신의 인식의 세계에 깊이 침잠하는 맑은 영혼을 지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독자들에 대한 호소력보다 우선 되어야 할 작가로서의 본연의 자세가 아니겠습니까? 저는 다른 분들의 글을 읽을 때 문장의 화려함보다 글 속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에 더 신경을 씁니다. ‘이 분이 이런 생각을 이렇게 표현하셨구나!’ 그런 생각이 신선하게 느껴질 때 저는 주저 없이 엄지를 치켜세우게 됩니다. 얼마 전 ‘Borderless Journal’에 원고를 보낼 때 제 영작실력을 나무라신 일이 면구스러워 김 선생님께는 말씀을 드리지 못했으나 루이스 글릭의 눈풀꽃을 따로 번역해 두었습니다. 류시화 시인의 번역이나 강병천 선생의 번역도 훌륭하나 루이스 글릭의 시심을 헤아리면서 세심히 원문을 살피니 마지막 연의 ‘In the raw wind of the new world'라는 문장을 류시화 시인은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로 번역했고 강병천 선생님은 새 세상 매서운 바람을 안고표현했는데 저는 새로운 세상의 신선한 바람 속에서로 해석했습니다. 류 시인이나 강 선생의 경우 셋째 연의 의미를 저와는 다르게 보았기 때문일 텐데 저는 루이스 글릭이 시련의 주체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은 점을 염두에 두고 번역했습니다. 이야기가 곁길로 나갔으나 남의 글을 읽을 때 수준이 있는 독자라면 능히 글 뒤에 서 있는 작가의 모습을 헤아리게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주시기 바랍니다.

김 선생님의 ‘Heart of God’이나 최 시인의 따뜻한 스승 친절한 톨스토이를 아직 읽어보지 못했으니 두 분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말씀드릴 수는 없으나 김 선생님의 부연 설명으로 책의 내용이 어떨지는 나름대로 짐작이 갑니다. 최 시인의 경우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톨스토이에 관해서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부분이 적지 않으므로 어떤 영문서적을 텍스트로 삼았는지, 다른 번역가의 작품들과는 어떻게 다른지도 비교를 해 봐야 할 것입니다만 창작이라는 틀에서 두 분의 출간은 인천문단의 쾌거이기에 기꺼이 갈채를 보내며 두 분 모두 더욱 훌륭한 작품들로 세계문단뿐만 아니라 종내 한국문단에서도 좋은 족적을 남길 수 있기를 빕니다.

 

* 'Heart of God' 김 완수 저/ '따뜻한 스승 친절한 톨스토이' 최 일화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