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시
산청 수선사에서
필그림(pilgrim)
2013. 10. 23. 19:36
<산청 수선사에서>
김 의중
잔잔한 미소로 권하는 차 한 잔에
스님의 어린 시절 사연이 녹아있다
빈 잔 덧 채우는 감미로운 다향(茶香)에
내 귀가 솔깃해진다
고독한 득도(得道)의 이정표 뒤편에
어른거리는 어머니의 그림자
가난에 절은 짜디짠 사랑이
오늘 목탁을 울리는 게송(偈頌)이 되었다
앞산 송림사이로
수선거리며 내려오는 솔바람
접견실 처마 끝에서 반기는
풍경(風磬)소리가 청량(淸凉)하다
초겨울의 정갈하고 경건한 경내
돌로 다듬어놓은 마음(心)*
물로 정하게 씻고
저녁노을 곱게 물드는 수선사를 떠난다
귀에 남은
스님의 목소리
솔바람소리
풍경소리
*경내 작은 연못에 돌로 심(心)자를 만들어 놓고 그 위에 물이 흘러내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