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시
<남이섬의 회상(回相)>
필그림(pilgrim)
2009. 12. 23. 00:46
<남이섬의 회상(回想)>
김 의중
젊은 날의 아련한 추억에 이끌려
아내와 함께 남이섬을 찾았다.
노을은 황혼에 빛나고
물살을 가르는 배는 세월의 강을 건너
잊었던 기억들을 건져낸다.
지난 날 강물에 흘려보낸 그리움이
남이섬에 아직도 살아있었다.
세월의 사연들은 강변에 모래알로 쌓여있고
오랜 사랑의 언어들은 풀이되고 나무가되어
늙지도 않고 푸르게 자라고 있었다.
어스름 땅거미가 스미는 시간
메타세콰이어가 줄지어 명상에 잠겨 있는 길
가만히 그녀의 손을 잡고 귀 기울여 걷노라면
‘겨울연가’의 흔적들 여기저기서
사랑의 밀어들이 꽃향기처럼 바람결에 실려 온다.
밤안개 나직이 피어오르는 방갈로 강가엔
별빛이 슬프도록 차갑다.
어느 누구의 애가(哀歌)를 잊지 못하는 것일까?
슬픈 사랑은 타인의 가슴에도 아픔을 남기고
강물이 되어 세월과 함께 흘러간다.
샘에서 비롯된 물도
강이 되어 흐르는 물도
종내는 바다에 이르리니
우리의 삶이 사랑의 완성이 되기까지
남이섬은 꿈속에서도 불멸의 연가를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