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시
<솔밭공원에서>
필그림(pilgrim)
2009. 7. 6. 19:15
<솔밭공원에서>
김 의중
노을이 머물다 간 꽃잎위에
어둠이 내리면
제 그림자 잃은 풀잎은 별빛을 헤아리고
허공을 채우고 또 채우는
풀벌레소리에
이 밤도 나는 친구가 그립다
하늘을 휘젓던 구름사이로
새초롬히 얼굴을 내미는 조각달
계절을 실어오는 바람결에
나뭇잎들은 저마다 난리가 났다
그래도 산벗나무 둥지위엔
새들의 달콤한 꿈만 아기자기하다
거친 발걸음에 시달리던 대지위에
밤안개 서리면
번뇌조차 사라지는 경이로운 고요함
수줍은 듯 곱게 물든 단풍잎은
농염한 몸짓으로
붉게 타는 입맞춤을 유혹한다
어제도 왔던 길
발끝을 스치는 풀잎의 외로움이
가슴까지 차갑게 차올라도
어디선가 영혼을 울리는 시 한줄
경건하게 들려오지 않으려나
돌 하나에 귀 기울이며 서성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