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Hong Kong Report) 02 <음식에 대해>
<Hong Kong Report>
-음식에 대해-
글 / 김 의중
Hong Kong은 가히 '음식천국'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식당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크고 작은 음식점마다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습니다. 이것은 특별히 이 곳 사람들이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먹성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사회구조적인 면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되어집니다.
우선 Hong Kong은 좁은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국가입니다. 그리고 생존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대부분의 여성들이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경제적 소득을 창출하기 위해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자연환경적인 면에서도 Hong Kong 면적의 약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Kowloon반도의 대부분이 거친 산지로 되어있어 평야지대가 별로 없습니다. 자연히 평지가 귀하므로 건물들은 좁은 땅에 높이 올라갈 수밖에 없으며 Apartment는 넓은 평수 대신 많은 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좁은 평형으로 지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감안해 볼 때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직장의 일을 끝낸 후 가정으로 돌아와 다시 가사에 충실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의에 의해서든 혹은 남편의 배려에 의해서든 외식이 잦았을 것이고 또 그러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입니다.
거기에다 정치적인 사항으로 자유무역도시를 표방함으로써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래하게 되어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국제도시로서의 기능을 갖추게 된 점도 고려해야할 것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Hong Kong 사람들은 외식을 즐깁니다. 저녁이나 점심은 물론 아침에도 어느 식당이건 사람들로 차고 넘칩니다. 먹는 산업이 흥성하다보니 음식문화가 발달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 아닐까요?
이곳 사람들의 아침식사는 간단하게 얌차(飮茶)로 시작합니다. 문자로 보면 차를 마시는 것을 이르는 말인데 실제로는 차를 곁들인 간단한 식사를 의미합니다. 종업원이나 동석한 다른 사람이 찻주전자를 들고 찻잔에 차를 따라주면 받는 사람은 오른손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둘째손가락과 셋째손가락으로 가볍게 탁자를 두드립니다. 고맙다는 표시입니다.
점심은 딤섬(點心)이 유명합니다. 주로 만두종류로 이루어지는 딤섬의 메뉴는 수백 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단골 식당에서만 식사를 하는 것은 식도락의 기회를 포기하는 어리석은 일이 될 것입니다.
내가 근무하는 빌딩에 약 400평정도 되는 2층(우리나라 기준으로는 3층) 전체를 사용하고 있는 큰 식당이 있습니다. 이 식당은 2층까지만 운행하는 식당전용 엘리베이터로만 출입하게 되어있습니다.
Lobby에는 안내대가 있고 안내 여성이 식당에 오는 손님들에게 정중한 인사와 함께 엘리베이터로 안내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바로 식당입구인데 다른 직원이 안내할 때까지 거기(Front)에서 대기하고 있어야합니다.
다소 번거롭게 여겨져서 우리나라 식으로 아무데나 빈자리를 찾아 앉으면 반드시 직원이 다가와 무엇을 드시겠는가고 묻고 다른 자리로 안내합니다. 처음에는 몰랐으나 여러 차례 드나들다보니 좌석에는 보이지 않는 등급이 있어 그 등급에 따라 손님을 안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예를 들어 점심에 딤섬을 주문할 경우 딤섬 손님을 위한 식탁은 어느 테이블에서부터 어느 테이블까지 직원들의 약속에 의해 따로 정해져 있어 그리로 안내되고 딤섬이 아닌 고급 음식을 주문하는 손님은 따로 구분된 테이블로 안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점심과 저녁의 메뉴가 다르게 구분되어 있어 낮에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저녁에 다시 주문해 먹을 수 없습니다. 또 어떤 음식은 낮이나 저녁에 주문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같은 음식의 가격이 저녁에는 훨씬 비싼 값으로 제공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