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딸에게 주는 아침의 명상> 014
<딸에게 주는 아침의 명상>
-014-
無風月花柳 不成造化
(무풍월화류면 불성조화하며)
無情慾嗜好 不成心體
(무정욕기호하면 불성심체라)
只以我轉物 不以物役我
(지이아전물하고 불이물역아하면)
則嗜慾莫非天機 塵情則是理境矣
(즉호욕막비천기요 진정즉시리경의니라)
- 채근담 -
* 해설
풍월이나 화류가 없다면 삶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정욕과 가호가 없다면 몸과 마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만 내가 사물을 움직이며 사물이 나를 부리지 않으면 기욕(嗜慾)이라 하더라도 하늘의 뜻이 되며 풍진(風塵)의 속(俗)된 정(情)이라 하더라도 이는 곧 진실한 경지에 이른 사랑이 되느니라.
* 생각해보기
사람이 살아가면서 멋과 운치를 즐기며 느끼지 못한다면 생활에 조화가 없으며 사랑에 대한 열정이나 사물에 대한 기호(嗜好)가 없다면 몸과 마음이 건전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깨달음의 경지이다. 원효대사의 일화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당나라로 유학을 가는 도중 하루는 노숙을 하다가 잠결에 갈증을 느껴 옆에 있던 바가지에 담긴 물을 달게 마셨는데 아침에 깨어나서 보니 해골에 담긴 빗물이었다고 한다.
크게 놀란 가운데 진리는 인식의 문제일 뿐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그 길로 되돌아와 수도(修道)하여 국승(國僧)의 지위에 오르게 되는데 잘 알려진 대로 스님이라면 삼가야할 삼금(三禁-酒肉色)에 대해 그는 자유로웠으며 세인(世人)도 이를 두고 비난하는 일이 없었다.
소인들은 이를 빙자하여 법도를 어지럽히는 일을 자행하지만 깨달음이 있는 자는 결코 마음에 있는 자유를 방종으로 흐르도록 방치하지 않는다.
사물의 유혹과 세사(世事)의 명리에 현혹되지 않는 의연한 가치관이 정립된 사람이라면 혼탁하고 하찮은 것이라 하더라도 존재의 의미를 소중히 여겨 값진 것으로 승화시키며 그 속에서 예술적 가치를 발견하거나 창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