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

한국의 명시 <빗소리>

필그림(pilgrim) 2007. 6. 14. 21:01
 

<빗소리>


주 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 같이


어지러운 달이 실낱같고

볕에서도 봄이 흐르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두운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 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밖에 지붕위에

남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